
요즘 비건 베이커리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왜 굳이 비건이어야 하냐’는 것이다. 나는 단순히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치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비건 베이커리는 단순한 채식 메뉴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맞닿아 있는 작은 실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빵집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제로웨이스트’라는 키워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요즘은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빵집이나 카페도 단순히 맛있는 빵을 파는 곳이 아니라 ‘가치를 담아 파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빵은 하루만 지나도 신선도가 떨어지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창업을 준비하며 고민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빵집 아이디어를 정리해보려 한다. 아직은 다 실천할 수 없지만, 나중에 내 가게가 생기면 조금씩 실험해보고 싶은 작은 다짐이기도 하다.
첫 번째는 빵집에서 나오는 잉여빵을 줄이는 방법이다.
빵은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판매 예측이 어렵다. 다 팔리지 않으면 버려야 하고, 버려지는 양이 적지 않다. 그래서 나는 사전 예약 시스템을 도입해볼 생각이다. SNS나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메뉴를 공지하고, 원하는 사람은 예약 주문을 해서 찾으러 오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필요한 양만큼만 구울 수 있어 버려지는 빵이 줄어든다. 또 하나는 ‘어제 빵’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해외 유명 베이커리 중에는 전날 팔리지 않은 빵을 모아 리사이클 메뉴로 만드는 곳이 많다. 예를 들어 어제 남은 식빵을 오늘은 러스크나 브레드푸딩으로 재탄생시킨다. 버려지는 대신 새로운 메뉴가 되는 것이다. 나도 이런 메뉴를 매장 한쪽에 ‘제로웨이스트 존’을 만들어 판매하고 싶다. 가격은 조금 더 합리적으로 책정해서, 손님도 합리적 소비를 하고 가게도 버려지는 빵이 줄어드는 일석이조다.
두 번째는 포장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비건 베이커리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포장이다. 빵은 대부분 테이크아웃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비닐이나 종이봉투, 박스가 필수다. 그런데 매일 수십, 수백 개씩 나가는 포장재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나중에 가게를 열면 포장재를 최대한 친환경 소재로 바꿔보고 싶다. 예를 들어 비닐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봉투, 잉크도 친환경 잉크로 인쇄한다. 더 나아가 머그잔, 텀블러 같은 다회용기를 가져오면 할인해주는 시스템도 해보고 싶다. 해외에서는 빵을 담아가는 파우치나 에코백을 가게에서 판매하고, 손님이 여러 번 가져오게 유도하는 곳도 있다. 나도 내 가게만의 작은 빵 파우치를 만들어보고 싶다. 빵집 굿즈로서도 의미가 있고, 손님 입장에서도 실용적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포장 문제를 100%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작은 노력이라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
세 번째는 빵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이다.
빵을 만들다 보면 작은 반죽 찌꺼기, 재료 부스러기, 테스트하다 실패한 시제품 등 다양한 음식물 쓰레기가 생긴다. 처음에는 이걸 전부 버려야 할 것 같아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재활용할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반죽이나 쿠키 크럼블은 새로운 메뉴의 토핑으로 쓰일 수 있고, 커피 찌꺼기는 주변 농장이나 화분에 비료로 활용할 수 있다. 남은 빵 조각은 지역 주민센터나 푸드쉐어링 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방법이다. 해외에서는 ‘Too Good To Go’ 같은 남은 음식을 할인 판매하는 앱도 활성화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도 점점 이런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시스템과 협업해 남은 빵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손님과 함께 ‘먹거리 낭비를 줄인다’는 공감대가 생기면, 그 가게는 단순한 빵집을 넘어 의미 있는 공간이 된다.
내가 제로웨이스트 빵집을 준비하면서 느낀 건 결국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쓰고, 남은 빵을 줄이려 해도 손님들의 참여 없이는 완벽할 수 없다. 그래서 언젠가 내 빵집을 열면 손님들에게도 작은 참여를 부탁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다회용기나 파우치를 가져오면 적립금을 더 준다든지, 포장재를 전혀 쓰지 않고 빵을 담아가면 작은 사은품을 드린다든지. 이런 보상은 작지만, 사람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 또 SNS나 블로그를 통해 내가 얼마나 잉여빵을 줄였는지, 어떤 재료를 바꿨는지 매달 공유하면 손님들도 함께 ‘우리가 만든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게 싫었다. 가끔 카페에서 텀블러를 가져가면 할인해준다고 해도 텀블러를 씻어 오고,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게 번거로웠다. 하지만 빵집이라면 조금 다르다. 내가 가장 자주 찾는 동네 빵집에서 에코백이나 파우치를 쓰면, 큰 불편함 없이도 작은 실천이 된다. 그렇게 내가 손님이었을 때 느낀 불편함을 내 가게에는 덜어보고 싶다. 작은 포장이라도 대체할 수 있고, 버려질 운명인 빵이 새로운 메뉴로 다시 태어나면 손님들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다. 언젠가는 ‘이 빵은 제로웨이스트로 만들어졌습니다’라는 작은 문구 하나가 내 빵집을 대표하는 상징이 될 거라 믿는다.
지금은 큰 자본이나 넓은 공간이 없지만, 이런 작은 아이디어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나만의 색깔을 가진 빵집으로 기억될 거다. 그래서 오늘도 제로웨이스트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선배 사장님들의 운영기를 메모하며 내 방식에 맞게 바꿔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거니까. 언젠가 이 블로그에 ‘작은 빵집, 제로웨이스트 1년 성과 정리’를 적는 날이 오길 바라며 오늘도 내 노트에 아이디어 하나를 적는다.
결국 내가 꿈꾸는 비건 베이커리는 ‘맛있는 빵을 파는 곳’을 넘어서 ‘조금 더 나은 소비를 실천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사실 나 혼자 힘으로 제로웨이스트를 완벽하게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작은 실천이 쌓이면 언젠가는 그 변화가 내 가게의 정체성이 될 거라 믿는다. 빵집이 문을 닫는 밤에도, 남은 빵이 다른 형태로 손님을 찾아가고, 포장재가 쓰레기가 되지 않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머릿속에만 있는 계획이지만, 내가 하나씩 시도하고 블로그에 기록해 나가면 언젠가 내 빵집을 찾아오는 손님들도 그 마음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오늘도 제로웨이스트 빵집을 꿈꾸며 작은 실천을 하나 더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