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동네 빵집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비건 베이커리’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비건 빵은 일부 채식주의자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 메뉴 정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건강, 환경,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비건 베이커리는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맛보고 경험해보고 싶은 트렌디한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작은 규모라도 차별화된 베이커리를 찾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비건은 큰 무기가 된다.
그렇다면 비건 베이커리는 정말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쉽지 않다.
버터 대신 마가린, 우유 대신 두유만 쓴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비건 빵은 식재료부터 제작 과정, 위생 관리, 인증, 포장, 마케팅까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한두 가지를 놓치면 금방 단골이 떨어져 나가거나, ‘비건’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처음 비건 베이커리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준비 요소들을 정리해본다.
지금 당장 가게를 열지 않더라도 창업을 구상 중이라면 꼭 한 번은 체크해두자.
첫 번째는 점포와 설비, 그리고 입지 선택이다.
창업에서 가장 큰 고정비는 임대료다.
비건 베이커리는 아직 대중적으로 대형 프랜차이즈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소규모 개인 매장으로 시작한다.
10평~15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라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접근성과 유동인구이다.
비건 빵은 충성 고객이 생기면 단골 방문율이 높지만, 처음엔 ‘비건이라도 한 번 맛보자’라는 호기심 손님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주거 밀집지역 혹은 유동인구가 적당히 있는 주택가 골목 상권이 좋다.
너무 대형 상권에 입점하면 임대료가 높아져 고정비 부담이 커진다.
설비는 일반 빵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재료 보관과 위생이 중요하다.
특히 기존에 빵집을 운영하던 곳을 인수한다면, 기존 오븐이나 반죽기에 남아있는 버터나 계란 잔여물을 철저히 청소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기계를 새로 들이는 편이 좋다.
필수 설비는 반죽기, 오븐, 냉장·냉동고, 쇼케이스, 선반, 믹서, 계량도구 등이며, 중고 장비를 활용하면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대략 소규모 기준으로 1,000만원~2,000만원 선에서 중고로 장비를 맞출 수 있다.
두 번째는 비건 재료 수급과 실제 레시피 실험이다.
비건 베이커리는 재료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물성 재료를 쓰지 않는 대신, 식물성 버터, 오일, 대체 우유, 대체 달걀 역할을 하는 재료가 필수다.
문제는 이 대체재가 일반 재료보다 단가가 높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무염 버터보다 식물성 비건 버터가 더 비싸고, 두유나 오트밀크도 일반 우유보다 단가가 올라간다.
따라서 원가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믿을 만한 대체재 공급처를 확보하고, 소량이라도 꾸준히 테스트해 품질과 단가를 비교해야 한다.
비건 베이커리에서는 버터 대신 마가린을 쓰기도 하지만 요즘 소비자는 건강도 함께 본다.
트랜스지방이 많은 저가 마가린은 오히려 역효과다.
코코넛 오일, 올리브 오일, 견과류 버터 등 다양한 대체 오일을 레시피에 어떻게 배합할지 미리 실험해봐야 한다.
또한 비건 인증을 받은 원재료인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비자는 단순히 ‘식물성’이라는 말만 믿지 않는다.
제품 원산지, 제조 과정, 공급사 인증서까지 꼼꼼히 챙겨두면 향후 인증에도 도움이 된다.
레시피는 단순히 기존 빵 레시피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계란이 빠지면 발효나 조직감이 달라지고, 우유가 빠지면 풍미가 달라진다.
따라서 반죽 비율을 조절하고, 대체재를 최적화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베이킹 경험이 많지 않다면 비건 베이킹 클래스나 소규모 제빵 연구회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 번째는 비건 인증과 마케팅 전략이다.
비건 빵집의 신뢰도는 결국 ‘진짜 비건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한국비건인증원, 한국채식연합 등 국내 기관의 인증을 받으면 고객 신뢰도가 올라간다.
인증은 비용과 시간이 들지만, 포장재에 인증 마크를 넣을 수 있고 SNS, 블로그 홍보에도 큰 무기가 된다.
마케팅은 무조건 비건이라는 단어만 강조한다고 해서 성공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맛있고 건강해야 다시 찾는다.
비건임을 강조하되, ‘비건이라서 더 건강하고 맛있다’는 스토리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SNS 채널은 필수다.
인스타그램, 틱톡, 블로그는 물론 지역 커뮤니티에 꾸준히 출몰하자.
빵 굽는 모습, 신메뉴 소개, 고객 후기, 포장하는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공개하면 좋다.
또한 비건 플리마켓이나 채식 행사에 참가하면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단골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요즘에는 ‘택배 비건 베이커리’로 전국 단골을 확보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팁을 하나 더 추가하자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정해두는 것이다.
비건 베이커리를 시작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모든 메뉴를 완벽히 비건으로 할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가장 대중적인 스콘, 쿠키, 머핀 같은 메뉴를 소량으로 시작해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다.
모든 메뉴를 무리해서 준비하면 재료 폐기나 재고 부담이 커져 손해가 난다.
또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땐 소량 예약 판매를 열어보고 반응을 보며 점차 늘려가는 방식이 안전하다.
비건 베이커리는 분명히 성장하는 시장이지만, 아직까지는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결국 살아남는 곳은 ‘신뢰와 맛’을 모두 잡은 곳이다.
좋은 재료를 쓰고, 정직하게 인증을 받고, 고객과 꾸준히 소통하는 것만이 오래가는 비결이다.
작은 공간, 소자본으로 시작하더라도 내가 만든 빵을 먹고 누군가가 ‘맛있다’고 다시 찾아올 때, 그 가치는 일반 빵집보다 더 클 수 있다.
비건 베이커리 창업은 단순한 가게 운영이 아니라, 나만의 가치와 스토리를 파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오늘부터라도 작은 레시피 실험을 시작해보자.
동네 재료 가게에서 식물성 버터 하나를 사서 스콘을 만들어보고 가족과 친구의 반응을 들어보자.
작은 한 걸음이 모여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비건 빵집이 되고, 나에게는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비건 베이커리를 준비하는 모든 예비 사장님들의 용기 있는 도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