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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이지만 초코 가득! 퓨전 디저트 실험기

by 건강한베이커리쟁이 2025. 8. 4.


 비건이라고 하면 ‘건강한 맛’이나 ‘심심한 맛’을 떠올리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기름기 없고 담백한 느낌, 달지 않고 텁텁한 식감, 심지어 ‘맛없다’는 편견까지 따라온다. 하지만 나는 이 편견을 깨고 싶었다. 비건 디저트도 충분히 ‘달콤하고 진하고, 입안에서 감탄이 나오는 맛’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비건 초콜릿을 중심으로, 약간은 실험적이고 대담한 퓨전 디저트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단순히 초콜릿을 넣는 게 아니라, 비건이라는 범위 안에서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기존 디저트의 틀을 깨는 시도를 해본 것이다.
이 글에서는 그 실험 과정과 시행착오, 그리고 놀랍도록 맛있었던 조합들을 솔직하게 공유해보려 한다.

 

비건이지만 초코 가득! 퓨전 디저트 실험기
비건이지만 초코 가득! 퓨전 디저트 실험기

실험 1: 고추장 초코쿠키 – 달콤함에 매콤함을 더하다

 처음엔 다소 미친(?) 조합 같았다. 초코쿠키에 고추장이라니. 하지만 해외에서는 고추 초콜릿이나 칠리 다크초코가 꽤 인기 있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증이 생겼다. ‘그럼 고추장이 들어간 비건 초코쿠키는 어떨까?’

기본 베이스는 비건 초코쿠키 레시피를 따랐다. 아몬드 가루, 코코넛 오일, 아가베 시럽, 비건 다크초콜릿을 기본 재료로 삼았고, 그 안에 고추장을 1작은술 넣어 섞었다. 처음엔 너무 짤까봐 걱정됐지만, 생각보다 고추장이 은은하게 단맛을 잡아주고, 끝맛에 깔리는 매운맛이 중독성을 만들어냈다. 초코칩이 녹아내리는 식감과 함께 입안에 매콤함이 퍼지는 느낌은 예상 외의 조합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다만 고추장을 어떤 브랜드로 쓰느냐에 따라 맛이 확 달라졌다. 단맛이 강한 고추장을 쓰면 전체가 끈적하고 무거워졌고, 감칠맛이 강한 제품을 쓰면 풍미가 훨씬 좋아졌다. 결국에는 된장 한 꼬집을 추가하니 오히려 더 밸런스가 맞았다. 이 실험으로 알게 된 건, 짠맛과 단맛 사이의 경계선에서 조심스럽게 줄타기를 해야 완성도 높은 퓨전 디저트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실험 2: 유자 가나슈 타르트 – 상큼함과 진함의 조화

 이번에는 한국적인 과일인 유자와 진한 비건 가나슈를 조합해 타르트를 만들었다. 기존에 내가 만들던 타르트는 다크초콜릿 + 귀리크림 조합의 묵직한 맛이 중심이었는데, 여기에 산뜻한 유자청을 섞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비건 타르트지는 코코넛 오일과 통밀가루, 아가베 시럽으로 반죽해서 구웠고, 가나슈는 식물성 크림과 다크초콜릿, 그리고 유자청 2큰술을 함께 넣어 부드럽게 녹여 부어주었다. 유자의 산미가 초콜릿의 묵직함을 중화시켜주고,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에서 층이 나뉘는 듯한 재미있는 느낌을 주었다.

다만 유자청을 많이 넣으면 질감이 흐트러졌고, 단맛이 강해져서 초콜릿 본연의 쌉싸름한 맛이 묻혔다. 결국 2큰술이 최적의 포인트였고, 일부러 유자 껍질을 살짝 다져서 올려주니 향이 훨씬 살아났다. 이 실험은 ‘비건 디저트도 과감한 맛의 대비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준 경험이었다.
이 제품은 시식해본 지인들 반응이 가장 좋았고, 실제로 메뉴화 가능성을 가장 많이 검토하고 있는 레시피이기도 하다.

실험 3: 검정깨 초코브라우니 – 고소함과 쌉쌀함의 경계

 검정깨와 초콜릿의 조합은 생각보다 자주 쓰이지 않지만, 나는 둘 다 ‘묵직하고 진한 맛’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함께 사용해보기로 했다. 특히 검정깨 특유의 고소하고 약간의 쓴맛이 다크초콜릿과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레시피는 기본 비건 브라우니 레시피에 갈아놓은 볶은 검정깨 2큰술을 섞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여기엔 두유와 아마씨를 이용한 ‘계란 대체물’을 넣어 반죽의 끈기를 살렸고, 코코넛슈가를 사용해 단맛을 부드럽게 조절했다. 오븐에서 나와 살짝 식힌 브라우니는 예상보다 훨씬 단단하고 진한 풍미를 가지고 있었다.

검정깨가 초콜릿의 단맛을 눌러주는 역할을 해줘서, 전반적으로 ‘단 것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할 수 있는 디저트’가 되었다. 다만 브라우니 특유의 촉촉함이 조금 부족했기 때문에 다음에는 검정깨 페이스트나 흑임자크림을 중심으로 다시 테스트해볼 예정이다.
이 실험은 비건 디저트가 너무 ‘건강지향’으로만 흘러가지 않고, 진한 맛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시도였다.

비건 퓨전 디저트를 실험하며 생긴 또 하나의 확신은, 이렇게 독창적인 레시피들이 단지 재미있는 시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창업 아이템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팔리는 맛'만이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맛'이 소비자에게 더 강하게 각인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는 이 실험들을 단순한 개인 기록으로만 남기지 않고, SNS 팔로워들과 함께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아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두 가지 버전의 쿠키를 만들어 ‘당신이라면 어떤 맛을 더 좋아할까?’라는 투표를 열고, 실시간 반응을 모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취향과 의견을 반영해 메뉴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 자체가 내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된다.
단지 완성된 제품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제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고민, 실패, 실험, 조합 과정까지 함께 나누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브랜드의 이야기’이고, 요즘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도 이 실험기를 시리즈로 블로그에 남기며, 더 다양한 퓨전 비건 디저트를 세상에 소개해보고 싶다.

 

 이번 퓨전 디저트 실험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비건은 오히려 창의력을 자극하는 자극제라는 점이다. 제한된 재료 안에서 맛을 구현하려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걸 이렇게 써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기존에 없던 조합이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정말 맛있고 독창적인 디저트가 만들어지는 순간이 있다.

비건이지만 초코가득하고, 매콤하거나 상큼하거나 고소한 맛까지 담아낸 이번 실험은 내게 ‘비건 디저트도 충분히 재미있고, 대중적일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 이 조합들은 앞으로 내 브랜드의 시그니처 메뉴가 될 수도 있고, 계속해서 변형되고 발전해갈 것이다.

이런 실험을 블로그에 기록하는 것도 창업자에게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나의 실패와 성공이 누군가에겐 참고가 되고, 또 나에게는 다음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퓨전 비건 디저트 실험을 이어가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비건이라서 좋은 맛’을 전하고 싶다.
당신이 알고 있는 ‘비건’의 이미지, 나와 함께 조금씩 바꿔보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