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도시를 떠나 빵을 굽다 – 이동형 베이킹 스튜디오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

by 건강한베이커리쟁이 2025. 7. 28.

 요즘 같은 시대에 창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왜 지금이냐”는 질문이다. 특히 베이커리처럼 장소 기반의 업종을 고민하는 경우, 임대료와 인건비, 초기 투자 비용 등 넘기 어려운 현실적 장벽들이 줄지어 있다. 하지만 나는 이 고민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풀어보고 싶었다. 꼭 매장을 열어야만 베이커리를 운영할 수 있을까? 오히려 공간에 고정되지 않는 방식, 계절과 지역을 따라 이동하는 ‘베이킹’은 어떨까?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이동형 베이킹 스튜디오’다. 도시의 틀에서 벗어나 시골, 농가, 마을 행사장, 지역축제 현장을 찾아가 직접 빵을 굽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소규모 팝업형 스튜디오. 이것은 단순한 베이커리 창업을 넘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도시를 떠나 빵을 굽다 – 이동형 베이킹 스튜디오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
도시를 떠나 빵을 굽다 – 이동형 베이킹 스튜디오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 창업 방식 – 이동형 베이커리의 현실성과 가능성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부담이 되는 부분은 고정비용이다. 특히 임대료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지출이다. 그런데 이동형 스튜디오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트럭 개조나 이동형 텐트, 캠핑카 리모델링 등 다양한 형태로 시작할 수 있고, 일정 장소에 오래 머무르지 않기에 단기 공간 대여나 공유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시골의 unused 공간, 폐창고, 비어 있는 주택을 단기 팝업 공간으로 전환해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중요한 건 ‘빵을 굽는 장소’보다 ‘빵을 경험하게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다. 특정 지역의 제철 재료를 활용한 소규모 클래스, 지역 축제나 마켓과 연계한 현장 판매는 물론, SNS를 통한 사전 예약 시스템을 활용하면 물류 낭비 없이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다.

 

농촌의 계절을 빵으로 굽다 – 지역성과 콘텐츠를 연결하는 힘

 이동형 베이킹 스튜디오가 단순히 ‘이동’에 의미를 두는 게 아니라면, 핵심은 ‘지역성과 계절성’을 어떻게 콘텐츠로 담아내느냐에 있다. 이를 위해 나는 지역 농산물과 농부의 이야기를 담은 빵을 만들고 싶다. 예를 들어 완도에서 수확한 무화과로 만든 타르트, 평창에서 재배한 자색 고구마로 만든 파운드 케이크, 장흥 유기농 밤을 넣은 쿠키처럼 말이다. 계절별 수확물에 맞춰 메뉴를 개발하면 고객에게 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동시에 이 빵은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어떤 마을에서 어떤 사람이 길러낸 재료로, 어느 시기의 날씨와 기후를 품고 자라난 작물을 사용했는지를 함께 소개한다면, 고객은 단지 ‘맛’이 아닌 ‘맥락’을 소비하게 된다.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삶을 베이킹하는 시간 – 나다운 속도로 일하는 창업 실험

 이동형 베이킹 스튜디오는 단지 창업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건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실험하는 과정이다. 도시에서는 시간이 늘 쫓기듯 흐르고, 성공의 기준도 매출이나 확장성처럼 빠르게 소비된다. 하지만 농가 근처의 마당 한켠에 작은 오븐을 설치하고, 바람 부는 소리를 들으며 반죽을 치대는 시간은 전혀 다른 차원의 만족감을 준다. 그곳에는 경쟁도 없고, 속도도 느리다. 하지만 그 안에서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재료와 손의 감각이 더욱 예민하게 연결된다. 나처럼 창업을 꿈꾸지만 기존 방식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동형 스튜디오는 자신만의 속도로 ‘빵을 통해 삶을 디자인하는 법’을 익힐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사실 이동형 베이킹 스튜디오는 창업자에게 여러 가지 역할을 요구한다. 빵을 굽는 기술자이자, 공간을 기획하는 연출가, 고객과 대화하는 호스트, 그리고 이동을 위한 운전기사까지. 하지만 이 복잡함이야말로 고정된 가게 안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역동성을 제공한다. 나는 그 안에서 단순히 ‘빵을 만든다’는 수동적 작업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구워낸다’는 적극적 실천을 배우고 있다.

또한 이동형 베이커리는 고객과의 소통 방식에서도 기존 베이커리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고객이 매장을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SNS를 통한 사전 안내, 지역 커뮤니티와의 협업, 소규모 클래스 모집 등이 운영의 핵심이 된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함께 ‘경험’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전남의 한 마을 축제에 맞춰 팝업을 열고, 그 지역 아이들과 함께 쿠키 만들기 클래스를 진행한다면, 그날의 경험은 단지 ‘한 조각의 쿠키’가 아닌 ‘추억과 연결된 맛’으로 기억된다.

 또 하나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지속 가능성과 환경이다. 대량 생산, 대량 유통이 아닌 소규모 생산과 지역 소비를 전제로 한다면, 불필요한 포장과 폐기도 줄일 수 있다. 이동형 베이킹 스튜디오는 이런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창업’의 실험장이기도 하다. 제철 재료를 현지에서 구입하고, 리필 가능한 용기를 활용하며, 남은 재고는 지역 어린이 센터나 마을 공동체에 나눠주는 방식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선택들이 가능하다. 이런 작은 선택들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고객과 신뢰를 쌓는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다.

나는 아직 완벽한 이동형 베이킹 시스템을 갖춘 상태는 아니다. 캠핑카 개조를 알아보고, 각 지역의 마켓 일정을 조사하며, 이동 가능한 오븐이나 반죽 기계에 대한 자료를 모으는 중이다. 때로는 물리적 제약에 부딪히기도 하고, 현실적인 비용 부담에 망설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여정이 단순히 ‘창업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이다.

도시의 한복판에 자리한 유명 제과점만이 정답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도 가지 않은 시골길 한복판, 한적한 논두렁 옆에서도 충분히 좋은 빵이 탄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빵에 담긴 진심, 그 순간에 함께한 사람, 그리고 그 공간이 주는 감각적 경험이다. 나는 그런 빵을 만들고 싶고, 그런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

 이동형 베이킹 스튜디오는 어쩌면 지금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창업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더 적게 소비하고, 더 가볍게 움직이며, 더 깊게 연결되는 방식. 나는 이제 막 그 첫걸음을 뗐다. 앞으로 몇 번의 실패와 돌아섬이 있더라도, 이 길 위에서 만들어질 이야기들이 내게 더 큰 확신을 줄 것이라 믿는다. 창업은 곧 삶의 방식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나만의 속도로 그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동형 베이킹 스튜디오는 정답이라기보단 가능성이다. 나는 아직 창업을 하지 않았고, 여러 제한된 자원 속에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실험은 분명 나에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반드시 가게를 얻고, 간판을 달고, 큰돈을 투자해야만 브랜드가 생기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의 이동경로, 만나는 사람들, 함께 만드는 음식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브랜드가 된다. 농가의 들판 한가운데서 굽는 빵 한 조각이, 누군가에게는 도시에서 찾지 못한 쉼표가 될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그 첫 번째 쉼표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