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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난 재료로 만든 빵, 내가 꿈꾸는 제철 베이커리 창업기

by 건강한베이커리쟁이 2025. 7. 27.

 창업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고민한 건 ‘어떤 빵을 만들고 싶은가?’가 아니라, ‘어떤 빵집이 되고 싶은가?’였다. 단순히 맛있는 빵을 만드는 기술보다, 어떤 방향성을 가진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지부터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질문이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나고 자란 재료들로, 계절마다 다른 빵을 만든다면 어떨까?" 그 순간, 빵은 단순한 제품이 아닌, 지역성과 계절감을 담는 이야기의 그릇처럼 느껴졌다.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제철 베이커리, 그 작고 조용한 아이디어는 점점 더 내 마음속에서 커져갔다.

 

동네에서 난 재료로 만든 빵, 내가 꿈꾸는 제철 베이커리 창업기
동네에서 난 재료로 만든 빵, 내가 꿈꾸는 제철 베이커리 창업기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베이커리의 가치


 로컬 재료를 사용하는 베이커리의 가장 큰 장점은 ‘정체성’이다. 유통 단계에서 신선도를 잃지 않고, 얼굴이 보이는 생산자로부터 받은 재료는 단순한 원재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특히 제철 농산물을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계절감 있는 메뉴를 개발할 수 있다. 봄엔 딸기와 쑥, 여름엔 토마토와 가지, 가을엔 고구마와 단호박, 겨울엔 사과와 밤. 이런 식재료는 이미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동시에, 지역 고유의 풍미를 담고 있어 빵에 특별한 개성을 더해준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난 재료로 만든 동네 빵집’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고객에게 신뢰와 친근함을 준다. 대형 브랜드가 따라 할 수 없는 작지만 단단한 정체성이 되는 셈이다.

 

나만의 제철 베이킹 실험기

 요즘 나는 동네에서 열리는 작은 로컬 마켓, 농부 직거래 장터, 도시농업 지원센터 등을 자주 찾아다닌다. 일부러 빵집 창업자라고 밝히지 않고, 그냥 먹어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서 한 알, 한 단씩 사서 구워본다. 최근엔 지역에서 나는 못난이 당근을 얇게 썰어 캐러멜라이징한 뒤 식빵 속에 넣어 구워봤고, 단맛 없는 단호박을 얇은 파이지에 감싸 무가당 파이처럼 만들기도 했다. 단가가 비싸고 효율이 떨어지는 시도도 많지만, 아직 창업 전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실험이 가능하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재료의 특성을 익히고, 어울리는 조합을 메모하며 기록을 쌓아간다. 재미있는 건 이런 빵을 먹은 가족이나 친구들이 “시장 근처에서 나는 냄새 같다”거나 “어릴 적 먹던 간식 같다”는 말을 해줄 때다. 그때마다 느낀다. 이건 단순히 맛있는 빵이 아니라, 지역과 기억을 연결하는 감각이라는 걸.

로컬 협업과 소규모 브랜딩 가능성

 로컬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베이커리는 협업과 브랜딩 측면에서도 많은 가능성을 지닌다. 예를 들어 ‘청년 농부’나 ‘도시농업 공동체’와의 협업을 통해 공동 메뉴를 개발하거나, 지역에서만 한정 판매하는 메뉴로 기획할 수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지 제품 하나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생태계에 참여하는 경험이 된다. 이런 흐름은 단기적인 판매를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동네에서 기른 재료로 만든 한 달의 메뉴’ 같은 콘셉트로 구독 베이커리 모델을 실험해보거나, 작은 마을 페어에 참가해 시즌 메뉴를 알리는 식으로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 이런 일들은 모두 작은 베이커리이기에 가능한 일이고, 내가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방향이기도 하다.

결론
 아직 창업 전 단계이지만,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제철 베이커리는 단지 ‘제품 콘셉트’ 그 이상으로 나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어디에나 있는 밀가루, 설탕, 버터 대신, 이 동네의 햇살과 비, 농부의 손길이 담긴 재료들로 만드는 빵. 소비자에게는 익숙하지만 새롭게 다가가는 맛, 환경과 지역을 잇는 작고 사적인 연결. 내가 만들고 싶은 베이커리는 그런 빵집이다. 더 많은 이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이 방향성이, 어쩌면 지금 가장 필요한 ‘느린 베이커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사장도, 제빵사도 아니지만, 오늘도 시장에서 발견한 조선무 한 단을 앞에 두고 다시 고민한다. 이걸로 어떤 빵을 만들 수 있을까? 그렇게 내 창업의 시작은, 늘 동네에서부터 자란다.

 그래서 요즘 나는 시장이나 마트보다 오히려 농가 인근 직판장을 자주 찾는다. 어떤 날은 생산자와의 짧은 대화가 하루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시들시들해 보이는 적양배추를 만지작거리던 날, 한 농부 아저씨가 “지금이 단맛 가장 좋은 때”라며 쪼개 먹여주시던 순간이 있었다. 생각보다 단단하고, 속은 진분홍빛이 도는 양배추였다. 그걸 다져서 무염두유 마요네즈와 섞어 소보로처럼 올린 ‘채식 양배추 크럼블 브레드’가 그 주의 실험 메뉴였다. 맛있었다. 그렇게 빵은 ‘레시피’가 아니라 ‘사람과의 만남’에서부터 출발하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한편, 이런 방식이 무조건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당연히 일정하지 않은 생산량, 매번 달라지는 농산물의 상태, 가공되지 않은 재료에서 오는 제과적 불안정성까지 감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호박이나 고구마처럼 수분 함량이 제각각인 재료는 반죽에 그대로 섞었을 때 물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테스트를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나는 이 과정을 ‘실패’보다는 ‘관찰’이라고 부르고 싶다. 로컬 식재료를 빵에 적용한다는 건 단순히 원산지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매번 다르게 반응하는 자연을 읽는 일이기도 하니까.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브랜드 스토리’다. 단순히 로컬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내가 지금 정리해두고 있는 건, 이 지역의 생산자들에 대한 짧은 인터뷰다. “올해 무는 왜 이렇게 달까요?” “이 들깻잎은 언제 수확하셨나요?” 같은 작은 질문이지만, 그런 이야기를 글이나 패키지, SNS에 담을 수 있다면 나만의 브랜드만의 감도와 정체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한 알의 밀가루보다 한 명의 농부를 기억하게 하는 빵집, 그런 공간이 되고 싶다.

 향후 창업을 하게 된다면, 메뉴판에도 제철과 산지 정보를 표기하고, 계절마다 생산자 이름이 바뀌는 시스템을 도입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홍성의 이재윤 농부가 기른 단호박을 사용한 브리오슈’ 같은 식이다. 이런 접근은 단순히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고객과 생산자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고객이 이 빵을 통해 지역 농산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생산자에게도 작게나마 응원이 돌아간다면 이건 단순한 빵집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결국 내가 창업을 통해 만들고 싶은 건 ‘가치 있는 소비의 시작점’이다. 빵은 늘 소비되고 사라지는 일상의 음식이지만, 그 안에 철학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면 고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구매하게 된다. 나는 이 경험이 ‘동네에서 자란 재료로 만든, 계절의 맛이 느껴지는 빵’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오늘도 새로운 제철 작물 소식을 찾아보고, 지역 장터의 개장 일정을 달력에 메모해둔다. 창업은 아직 멀지만, 빵을 둘러싼 풍경은 이미 조금씩 내 안에서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