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못난이 농산물을 직접 구매해 제과 재료로 활용하는 일은 단순한 식재료 절약이 아니다. 이것은 식자재의 새로운 유통 구조를 상상하고, 지속가능한 창업 아이디어를 고민하게 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나는 현재 베이커리 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 창업자로서, 어느 날 동네 시장에서 구입한 못난이 고구마 몇 개를 스콘에 넣어 굽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이상하게 생겼지만 달고 진한 맛, 무엇보다도 버려질 수 있었던 식재료가 다시 빛을 발한다는 사실은 내게 강한 울림을 주었다. 이 경험을 계기로 나는 로컬 농산물, 특히 판매가 어렵거나 유통에 한계가 있는 재료를 활용해 베이킹 상품을 개발하는 방향을 진지하게 구상하기 시작했다. 본 포스팅에서는 이 아이디어가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나의 준비 과정을 중심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첫째, 농산물 직거래의 매력과 현실적인 고려사항이다.
일반적인 식자재 유통망에서 벗어나 시장이나 로컬 농가와 직접 연결되는 직거래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생산자와의 소통을 통해 재료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 예를 들어, 특정 고구마 품종이 찜보다 굽기에 더 적합하다거나, 수확 직후보다는 며칠 후 사용하는 것이 당도에 더 좋다는 식의 팁은 유통 단계를 거칠수록 알기 어렵다. 그러나 직거래는 동시에 일정한 수급이 어렵고, 저장과 운반에 대한 부담이 따르기도 한다. 나는 현재 시장 상인 한 분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재고 상황을 공유받고, 일부 재료는 소량 구매 후 당일 사용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런 실험이 반복될수록, 베이킹에 맞는 최적의 품종과 상태를 찾는 안목도 조금씩 길러지고 있다.
둘째, 직거래 농산물을 활용한 베이킹 상품화 테스트 과정이다.
못난이 고구마를 예로 들면, 형태가 일정치 않아 껍질을 벗기고 손질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긴 하지만 맛이나 식감 면에서는 오히려 일반 고구마보다 나은 경우도 있다. 나는 이 고구마를 큐브 형태로 썰어 반죽 위에 얹은 ‘고구마 큐브 스콘’을 시험 제작했다. 처음에는 수분이 많아 반죽이 축축해지는 문제가 있었고, 두 번째는 고구마가 갈변되면서 비주얼이 매력적이지 않았다. 세 번째 시도에서 오븐 온도를 낮추고 굽는 시간을 늘리자 표면이 노릇하게 살아나면서 맛과 비주얼이 모두 안정되었다. 상품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런 과정을 블로그에 기록하며 작은 실험실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는 이 실험들이 단순한 레시피 테스트가 아닌, 농산물의 가치 재해석 과정이라 생각한다.
셋째, 지역 농산물과의 연결성을 고려한 브랜드 방향성 구상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재료가 저렴하니까 써보자’는 생각이었지만, 반복된 시도 속에서 나는 이 재료들에 이야기를 부여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시장에서 만난 농부의 말투, 감자 자루에 묻은 흙, 거친 껍질 속에서 퍼지는 단내는 하나의 스토리다. 그리고 이 스토리는 곧 브랜드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을 고구마 수확 시즌 한정 고구마 스콘’, ‘도시 근교 찹쌀로 만든 구움빵’ 같은 방식으로 지역성과 계절성을 담아낸다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한 조각의 이야기를 파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각 재료에 대한 짧은 기록을 남기며, 향후 베이커리를 열게 될 때 메뉴판 옆에 이런 사연들을 함께 소개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는 식재료와 소비자 사이에 감정적 연결을 만들어주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기도 하다.
결국 내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신선한 재료를 구하고 싶은 욕구 때문만은 아니다. 버려질 수 있었던 농산물들이 다시 식탁 위에 올라오는 그 순간, 나는 창업이란 것이 돈을 벌기 위한 구조만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일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로컬 농산물의 활용, 직거래의 진정성, 그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베이킹 과정은 지금의 나를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동력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농산물을 시험하고, 실패하고, 기록하며 나만의 베이커리 철학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그 철학이 온전히 자리를 잡는 날, 내 첫 가게의 간판에도 이 여정의 조각을 새기고 싶다. 나는 여전히 창업을 준비하는 중이지만, 마음만큼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렇게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베이킹 아이디어를 구상하면서, 나는 점차 ‘지역과 연결된 브랜드’라는 방향성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단순히 재료를 활용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도시와 농촌, 음식과 환경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접점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농가와 협업해 계절별 ‘수확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시장에서 구입한 재료의 유래를 간단한 스토리카드로 소개하는 것도 작은 시작이 될 수 있다. 소비자가 단지 맛있는 빵을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이 빵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사람이 어떻게 길러낸 재료인지 알 수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는 경험이 된다. 나는 이것이 작은 베이커리 브랜드가 할 수 있는 가장 진심 어린 방식의 브랜딩이라고 믿는다.
더불어, 이런 실험적 시도는 소규모 창업자에게도 꽤 현실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대규모 프랜차이즈가 쓸 수 없는 유통 채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생산자와의 협업을 통해 고유한 레시피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가능하다. 나는 지금도 지역 푸드마켓, 청년 농부 모임, 마을기업 플랫폼 등 다양한 커뮤니티를 찾아보며 어떤 협업 가능성이 있을지 탐색 중이다. 때로는 아직 유통되지 않은 신품종 고구마나 지역 콩가루 같은 소재를 테스트 삼아 소량 제공받기도 한다. 창업을 준비하며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단지 '상품 개발' 그 자체가 아니라, 지역성과 브랜드 철학을 함께 길러나가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가짐이다. 나는 아직 창업자는 아니다. 오히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는 위치에서, 실패해도 괜찮은 작은 실험들을 하나하나 이어가고 있다. 이것이 언제 실제 브랜드로 이어질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과정을 통해 내가 분명히 배운 것은, 좋은 재료는 단지 신선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정성과 시간이 깃든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그 가치를 제품에 담고,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창업자가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또 다른 못난이 고구마 한 상자를 들고, 작고 오래된 오븐 앞에 선다. 반복된 실패와 몇 번의 성공을 거쳐, 언젠가 나만의 브랜드가 누군가의 일상 속에 스며들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