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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빵을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 창업을 위한 관찰 기록

by 건강한베이커리쟁이 2025. 7. 25.

비건 빵을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 창업을 위한 관찰 기록
비건 빵을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 창업을 위한 관찰 기록

 

나는 아직 가게 문을 열지 못한 예비 사장님이지만, 빵집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가 ‘내 빵을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이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빵을 굽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빵을 누가, 언제, 왜 사가는지에 따라 내가 만들어야 할 빵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비건 빵은 특히나 대중적으로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메뉴다. 그래서 더더욱 손님을 상상하고 관찰하고, 내가 만들 빵집에 어울리는 손님을 그려보는 일이 중요하다. 오늘은 내가 그동안 직접 빵집을 탐방하면서 보고, 자료를 찾아보면서 정리해본 ‘비건 빵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남겨보려 한다. 언젠가 이 글이 내 가게를 준비하는 데 큰 단서가 되길 바라며.

 

1) 내가 직접 본 비건 빵 손님의 모습

 비건 빵을 사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처음엔 ‘채식주의자’만 비건 빵을 사갈 거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방문한 여러 빵집에서 본 손님들은 꼭 채식주의자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 아이가 우유 알러지가 있어서 비건 빵집을 찾았다고 했다. 어떤 손님은 다이어트 중이라 일반 빵보다는 재료가 가벼운 비건 빵을 선택한다고 했다. 동네 주민 중에는 단골이 되어 매일같이 통밀빵을 사가는 어르신도 계셨다. 젊은 커플은 데이트 삼아 비건 디저트 카페에 들러 케이크를 나눠 먹고, 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고 있었다. 내가 빵을 사면서 듣게 된 이런 대화들은 하나하나 내 머릿속에 고객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비건 빵=채식주의자’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더 많은 이유로 사람들이 이 빵을 고른다는 사실이 내게는 새로운 자극이 됐다.

2) 손님들의 공통점과 구매 패턴

 직접 본 손님들을 떠올리면 몇 가지 공통점이 보였다. 첫째는 건강을 신경 쓰는 사람들이다. 요즘은 채식주의자가 아니더라도 건강을 위해 대체 우유나 버터, 무첨가 빵을 찾는 사람이 많다. 둘째는 가치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환경을 생각하거나, 동물권을 지지하거나, 먹거리에 조금 더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비건 빵집을 선택한다. 셋째는 SNS에 사진을 공유하며 자랑하는 사람들이다. 빵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빵이 담긴 패키지, 가게의 인테리어, 포장지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사진을 남기고 공유한다. 이들이 올린 인증 사진이 또 다른 손님을 데려오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족 단위 손님도 많았다. 특히 아이들이 알러지가 있거나, 가족 중 누군가가 건강 식단을 따르는 경우 비건 빵집이 좋은 대안이 된다. 그러다 보니 가게 내부에 아이가 놀 수 있는 작은 공간이나, 가족끼리 앉아 빵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자리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3) 내가 바라는 손님과 준비할 것들

 이런 관찰을 바탕으로 내가 만들고 싶은 빵집의 손님은 한마디로 ‘이유 있는 소비를 하는 사람’이다. 단순히 유행을 쫓아 한두 번 들르는 손님보다는, 오늘 내가 만든 빵이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재료를 썼는지에 관심을 갖고, 그 가치를 이해해주는 손님과 만나고 싶다. 그래서 SNS에 빵 사진만 올리는 게 아니라, 레시피 이야기, 농산물 이야기, 실패담까지 솔직히 기록하려고 한다. 가게에 오면 그냥 빵만 사가는 게 아니라, 포장지 하나에도 이야기와 정성을 담아 손님이 집에 가서도 내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또 어린 자녀를 둔 가족 손님을 위해 우유나 견과류 알러지가 있는 아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늘리고 싶다. 빵 하나에도 옵션을 나눠서 알러지 정보를 최대한 표시해두면 손님들이 더 신뢰할 수 있다. 비건 빵은 아직 생소하다고 느끼는 손님도 많아서 작은 설명 카드, 포스터, 메뉴 설명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내가 빵집 탐방을 다닐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손님은 한 어머니였다. 그 분은 아이 손을 꼭 붙잡고 오셔서 직원에게 “이 빵에는 우유가 안 들어갔나요?”라고 몇 번이고 물었다. 직원이 웃으며 “네, 저희 빵은 우유, 달걀, 버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자, 아이도 안심했는지 좋아하는 빵을 골랐다. 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누군가에게는 비건 빵이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꼭 필요한 ‘안전한 먹거리’라는 걸. 그래서 나는 메뉴를 개발할 때 알러지 유발 재료에 대해 더 꼼꼼하게 공부하고, 빵마다 재료표를 손님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안내문도 따로 만들어 둘 생각이다. 가게를 찾는 손님이 물어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말이다.

 

 또 한 번은 어떤 손님이 가게에서 빵을 사서 포장해 가면서 “이건 친구 선물이에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빵집은 포장지에 작은 카드가 함께 들어 있었다. 그 카드는 가게 소개와 빵의 간단한 설명, ‘이 빵을 만든 마음’이 짧게 적혀 있었다. 선물 받은 사람은 빵을 먹으며 그 마음까지 전해 받았을 것이다. 나도 그 장면을 보고 ‘내 가게에도 꼭 손님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작은 카드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요즘은 물건을 살 때 가격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건넬 때 함께 전해지는 이야기가 큰 힘을 가진다는 걸 배웠기 때문이다.

 SNS를 통해 손님을 미리 만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직 가게 문을 열지 않았지만, 내 이야기를 팔로워들에게 조금씩 보여주면서 ‘이 빵집은 이런 마음으로 빵을 만드는구나’를 알리고 싶다. 그러면 언젠가 오픈했을 때, 손님은 빵을 사면서 단순히 ‘먹을거리’를 사는 게 아니라 내 이야기까지 함께 가져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손님이 누구인지, 왜 이 빵을 고르는지 끊임없이 관찰하고 상상하는 일은 창업 준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계다. 메뉴를 만들고, 인테리어를 고민하고, 작은 소품 하나를 고를 때도 결국엔 ‘내 손님은 이걸 좋아할까?’, ‘이걸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를 떠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작은 오븐 하나로 빵을 굽고 SNS에 사진을 올리는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이 사소한 준비들이 모여 언젠가 진짜 손님과 마주할 때 큰 힘이 될 거라 믿는다. 오늘도 새로운 빵을 시도하고, 실패하면 기록하고, 조금씩 내 손님에게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든 빵을 누구에게 가장 먼저 맛보여주고 싶은지, 내 빵을 누가 가장 좋아해 줄지 상상하다 보면, 오히려 더 힘이 난다. 아직 오픈 준비가 길어지면 가끔은 불안하고 막막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기록들을 다시 읽어본다. 그리고 다시 다짐한다. 내가 만들고 싶은 빵집은 그냥 빵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빵을 통해 사람과 마음이 오가는 따뜻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비건 빵을 사는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다양하다. 채식주의자라는 한정된 틀에만 갇혀 있다면 내 가게는 한정된 손님에게만 머물 수밖에 없다. 대신 나는 건강을 위해, 환경을 위해, 가족을 위해, 혹은 그냥 맛있어서 비건 빵을 사는 모든 손님을 위한 가게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앞으로도 사람들을 관찰하고 기록할 것이다. 메뉴 하나에도, 작은 포장에도 그 손님을 떠올리며 준비할 것이다. 언젠가는 나의 작은 빵집 문을 열고, 내가 상상했던 바로 그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와 빵 하나를 고르며 미소 지어주길 기대해본다. 그때 나는 오늘의 이 기록을 떠올리며, ‘잘 준비했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작은 칭찬을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