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집을 준비하면서 가장 자주 하는 게 있다면, 바로 다른 빵집을 찾아가보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정보만 보는 것과 직접 가서 빵을 사고, 먹고,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은 정말 다르다. 특히 나는 비건 베이커리를 준비 중이라 더 많은 곳을 다녀보려고 한다. 어떤 메뉴가 인기가 있는지, 손님들이 가장 먼저 고르는 빵은 뭔지, 포장은 어떻게 하는지, 빵집의 온도와 냄새는 어떤지… 작은 것 하나하나가 나중에 내 가게를 준비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오늘은 내가 직접 다녀온 세 곳의 비건 빵집 이야기와, 그곳에서 느낀 점을 정리해보려 한다.
첫 번째는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다녀온 동네 비건 빵집이다.
주택가 골목 안쪽에 숨어있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고소한 빵 냄새가 반겨줬다. 작은 쇼케이스에는 식빵, 머핀, 쿠키 같은 메뉴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생각보다 화려한 케이크는 없었다. 대신 모든 빵이 담백하고 기본에 충실했다. 주인 사장님은 반죽을 직접 하고, 오픈 키친이라 빵 굽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내가 제일 좋았던 건 사장님이 손님과 소소하게 나누는 대화였다. “이 빵은 오늘 통밀 비율을 조금 높였어요.” 같은 설명을 들으면 빵 하나를 먹어도 그냥 먹는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빵의 이야기를 생각하게 된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작은 설명 하나로 손님에게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 포장도 종이봉투 하나에 손글씨로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적혀 있었는데, 그 한마디가 큰 인상을 남겼다.
두 번째는 조금 큰 규모의 비건 디저트 카페였다.
여기는 빵만 파는 곳이 아니라 케이크와 비건 음료 메뉴도 다양하게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메뉴판의 상세함이었다. 각 메뉴마다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어떤 재료는 빠져 있는지 꼼꼼히 적혀 있었다. 우유 대신 아몬드밀크를 썼다는 문구만 봐도 신뢰가 갔다. 내가 주문한 것은 당근 케이크와 아몬드 라떼였다. 솔직히 맛은 일반 케이크와 다를 게 없을 정도로 촉촉하고 달콤했다. ‘비건이라 맛이 밋밋할 거다’라는 편견을 깨준 경험이었다. 특히 공간 인테리어가 따뜻한 원목과 식물로 꾸며져 있어서, 손님들이 케이크를 먹고 천천히 머물다 가기 좋았다. 나도 내 빵집이 단순히 빵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이렇게 음료를 마시며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는 지역에서 유명한 비건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였다.
소규모 빵집과 달리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문 시스템부터 주차 공간, 포장까지 모두 매끄럽게 돌아갔다. 특히 이곳은 자체 제작한 빵 파우치나 에코백 같은 굿즈가 잘 되어 있었다. 손님들은 빵을 사고, 귀여운 에코백을 추가로 사서 담아갔다. 빵집이 단순히 빵만 파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 굿즈까지 연결해서 손님과 다시 이어진다는 것을 직접 보니, 나도 언젠가는 내 빵집 굿즈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또 한 가지 좋았던 점은 남은 빵을 할인해서 저녁에 판매하는 코너였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손님도 저렴하게 빵을 살 수 있으니 서로 만족스러운 구조였다. 작은 빵집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도입할 수 있을지 메모해뒀다.
이렇게 직접 발로 다니며 다른 빵집을 보고 배우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결국 빵집의 가장 큰 매력은 빵 그 자체보다 ‘사람과 이야기가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똑같은 식빵이라도, 어떤 마음으로 굽는지, 어떤 재료를 쓰는지, 손님에게 어떻게 건네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빵이 된다. 특히 비건 베이커리는 아직도 생소한 손님이 많다. 그래서 더욱 설명이 필요하고, 믿음을 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메뉴 하나하나, 포장 하나에도 ‘왜’라는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는 걸 다시 배웠다.
나는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새로운 빵집을 다녀올 생각이다. 한 곳만 보고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의 장점을 내 방식으로 정리하고 내 가게에 맞게 풀어내고 싶다. 빵집을 다녀올 때마다 나만의 노트에는 작은 힌트들이 쌓인다. 포장 메시지, 쇼케이스 배치, 메뉴 설명 카드, 굿즈 아이디어… 이 작은 노트가 언젠가 내 가게의 설계도가 될 거라 믿는다.
아직은 내 빵집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기록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내가 빵집을 열고, 누군가 내 가게를 탐방하며 같은 글을 쓴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그날을 상상하며 오늘도 새로운 빵집을 검색하고, 새로운 빵을 맛보러 가는 일정을 계획해본다.
사실 처음에는 빵집을 탐방한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많은 걸 배우게 될 줄 몰랐다. 그냥 맛있는 빵 몇 개 사 먹고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직접 가보면 메뉴 구성이 왜 저렇게 되어 있을까, 빵 진열은 왜 저 위치일까, 손님 동선은 어떤지, 작은 디테일까지 눈에 들어온다. 한 번은 작은 빵집에서 쇼케이스가 비어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오히려 손님들이 ‘이 집 빵은 다 팔릴 정도로 인기 있구나’ 하고 더 믿음을 갖는 걸 봤다. 그걸 보고 나서 ‘내 빵집도 항상 빵이 가득 차야만 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남는 빵을 억지로 만드는 것보다, 한정된 수량으로 신선함을 유지하는 편이 더 낫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또 하나 바뀐 건 ‘포장’에 대한 생각이다. 예전에는 그냥 예쁜 박스나 쇼핑백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좋은 빵집은 작은 포장지 하나에도 사장님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손글씨 메시지나 간단한 리본, 스티커 하나만으로도 손님이 받는 인상이 달라진다. 내가 방문한 곳 중 한 군데는 포장지에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쓰고, 손님에게 재사용 방법을 짧게 안내해주는 종이를 함께 넣었다. 그런 사소한 배려가 내 가게에도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탐방을 다니면서 내 나름의 작은 팁도 생겼다. 빵을 사서 그냥 먹지 않고, 꼭 같은 빵을 두세 개 사서 집에서도 다시 먹어본다. 매장에서 먹을 때와 집에서 먹을 때 맛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면, 포장 상태나 보관법도 새롭게 보인다. 또 계산대 근처에서 손님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떤 메뉴를 더 찾는지 귀 기울여 듣는다. 가끔은 사장님께 작은 질문도 해본다. “이 빵은 언제 가장 잘 나가나요?”, “어떤 음료랑 같이 드세요?” 같은 질문은 답변을 듣는 순간 작은 팁이 된다.
앞으로도 나는 꾸준히 탐방기를 블로그에 기록하려고 한다. 내가 배우고 깨달은 걸 이렇게 글로 정리해두면, 언젠가 내 가게를 열 때 다시 꺼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나처럼 창업을 준비한다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나는 아직 빵집 사장님은 아니지만,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 남는 빵집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발로 배우고 적어둔다. 그렇게 하나씩 쌓아가는 기록이 내 빵집의 재료가 될 거라 믿는다.